점심도 먹었으니 료안지로
점심식사를 하고 나서 료안지를 향해 걸어가요.
원래부터 점심을 먹고 료안지를 가기 위해서 료안지 근처에 있는 식당을 찾아보았던 것이라 걸어가도 좋은 거리네요.
교토는 일본의 다른 대도시들과 달리 전통적인 분위기라 어디를 찍어도 '교토'라는 느낌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들어온 길 쪽을 찍어보는데 오늘도 여전히 흐린 날씨네요.
교토에는 2번째 방문이지만 이번에는 참 좋은 시기에 방문했다는 느낌을 계속 느껴요.
날씨는 별로지만 단풍이 멋진 시기에요. 이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단풍이 낙엽이 되어 떨어진 느낌과 일부는 남아있는 느낌이 같이 느껴져서 가을이라는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위에는 노란색, 초록색, 빨간색이 섞인 느낌이라면 이번에는 빨간색만 가득한 단풍이에요.
두 가지 모두 가을이라는 느낌이 느껴지지만 조금은 느낌이 다르네요.
단풍길이 멋진 날에 료안지 산책
료안지 매표소가 있다는 팻말이 보이네요.
간단한 역사상식을 적어보자면, 료안지는 1450년에 처음 세워지고 1460~70년대에 일어난 오닌의 난 당시 교토의 대부분과 함께 불탄 이후 1488년 처음 료안지를 세웠던 호소카와 카츠모토의 아들이 재건하였고 방장과 정원은 1499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고 해요.
원래는 훨씬 규모가 컸다고 하는데 화재 등으로 오늘날 우리가 보는 크기로 줄었다고 해요.
3월부터 11월까지의 영업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12월부터 2월까지의 영업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에요.
입장료는 성인 기준 500엔, 15세 이하의 경우 300엔이에요.
매표소를 지나 들어오자마자 돌아서 한 장 찍어뒀어요.
사진을 찍는게 여행을 기록하고 다음에 다시 돌아보는 역할도, 이렇게 글을 쓰는 목적도 있지만 사진에 찍힌 시간으로 언제 몇 시에 어디에 있었는지를 알기 위함도 있어서 추후 여행을 계획할 때 어떤 장소에서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지 판단할 때도 좋은 자료가 되기도 해서 많이 찍는 편이에요.
들어서자마자 낙엽길이 펼쳐지네요.
오른쪽에 료안지에 대한 설명과 대략적인 지도가 있어요.
이 때는 사진만 찍어두고 그냥 지나쳤는데 제대로 안 본 것을 후회할 일이 생길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어요.
다들 단풍을 찍고 감상하는 것에 열중이네요.
오른쪽 길로 가라고 되어있지만 잠시 왼쪽을 돌아볼게요.
사진마다 이런저런 멘트를 적기에는 풍경의 멋진 느낌을 표현하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같이 사진으로나마 감상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사진마다 멘트를 적진 못하더라도 이런저런 사진을 올려볼게요.
다시 아까 적혀있던 오른쪽 길로 향하는데 길 곳곳에 단풍이 맞이해주니 눈이 즐거운 느낌이에요.
손 씻는 물이에요.
마시는 분들이 있었는지 마시는 물이 아니라는 문구의 안내판이 올려져 있네요.
이 날은 진짜로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게 이렇게 사진을 되돌아보면서 느껴요.
저 표지판을 보면서 사진으로 남겨두었는데 저 당시에는 단순히 저 큰 하얀 화살표만 보고 그대로 지나쳐갔었어요.
정원을 지나치는 줄도 모르고 지나갔어요.
우와 멋진 문이네... 하고 지나가요.
저 뒤에 있는 게 뭔지도 모르는 채로 말이죠.
계속해서 단풍구경을 해요.
이렇게 제가 뭘 놓쳤는지도 모르고 즐겁게 단풍구경을 했어요.
그런데... 인터넷에서 봤던 정원은 어디...?
단풍 구경을 하다 보니 뭔가 이상함을 느꼈어요.
매표소를 지나 들어왔던 문이 보이는데 분명 료안지의 대표적인 장소인 '가레산스이 정원'이 보이질 않는 것이에요.
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다시 머리를 굴려보는데 어디선가 놓친 것 같아요.
일행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시 한 바퀴를 돌아가보기로 했어요.
료안지 두 바퀴째에 찾은 정원, 가레산스이 정원
다시 걸으면서도 단풍에 한 눈이 팔린 건 여전해요.
그렇지만 단풍이 멋진 것을 놓칠 수는 없죠... ㅎㅎ
드디어 아까 놓쳤던 정원 입구로 들어가는 곳을 찾았어요.
줄을 서고 아까 매표소에서 구입했던 입장권을 보여주며 들어가요.
우리가 보려는 가레산스이 정원의 모형이에요.
인간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 가레산스이 정원
이렇게 처마 밑에 앉아서 정원을 감상하는 느낌이에요.
가레산스이 정원은 방장 앞뜰에 있는 정원이에요.
'인간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는 의미를 담은 정원인데, 어떠한 각도에서 봐도 15개의 돌 중 14개만 보여주기 때문에 그런 의미를 담았다고 해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15개를 다 볼 수 있지만 그건 하늘이지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구글 지도 리뷰에 보면 15개를 다 보았다는 사람도 있는데 사실 15개를 다 보려고 하는 것보다 정원이 담고 있는 의미를 한 번쯤 되새겨보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사람들이 꽤 있음에도 그리 시끄럽지 않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며 생각을 한 번 정리하기 좋았어요.
평소에 나름대로는 세세한 부분까지도 신경을 쓰던 사람인데도 오늘과 같이 실수를 한다는 점에 있어서 스스로 실망하기도 했지만 이 정원이 가진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며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가졌어요.
그러면서 문득 '평소에는 볼 수 없는 멋진 단풍을 본 대가로 정원을 지나칠뻔했다'라는 느낌으로 정원이 가진 '인간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라는 의미와 엮어서 가볍게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들도 이 정원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드리고 일어났어요.
이렇게 뒤에서 보는 모습도 좋아요.
정원과 뒤의 풍경, 방장(건물)과 이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진 이 모습이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느낌을 주면서 느긋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을 주네요.
정원 뒤 방장 내부의 멋진 병풍
건물 안쪽으로 보이는 멋진 병풍도 구경해요.
정원 옆으로 단풍이 보여 정원, 풍경, 처마를 한 장으로 담아봤어요.
하늘에 초점을 둬서 하늘이 사진에서 하얗게 날아가는 것을 막아봐요.
방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
다시 입구로 나왔어요.
나오면서 아까도 봤던 단풍길을 다시 한번 감상하면서 걸어가요.
다음 목적지는 여기서 걸어서 약 20분 정도 거리인 금각사에요.
다음 글에 계속!